“복수국적에 대한 주요 쟁점과 개선방향 ”
토론: 이내연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강사)
한국의 국적 제도는 단일국적주의와 혈통을 기반으로 국적을 결정하는 속인주의 원칙
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1997년 국적법 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복수국적자의 존재를 법률로 명시하였으며, 2010년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복수국적을 허용하였다.
한국 에서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의 경우이다.
1) 출생으로 인한 선천적 복수국적자,
2) 영주 귀국을 하려는 6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해
외동포,
3) 특별귀화자 중 대한민국에 특별공로를 세웠거나 우수인재인 사람,
4) 해외 입양인 으로 국적회복한 사람,
5)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에서 2년 이상 계속 국내에 주소를 두 거나 혼인한지 3년이 지난 상태에서 1년 이상 국내에 체류한 사람,
6) 부모의 귀화 등 비자발 적으로 외국 국적 취득 후 한국 국적 보유 의사를 6개월 내에 표시한 사람,
7) 본인의 뜻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법률과 제도로 인해 외국국적 포기가 어려운 사람은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발표자는 발표논문에서 복수국적의 주요 쟁점을 여섯 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하며, 우 리 국적제도의 개선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첫 번째 쟁점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중 남성은 병역 의무 이행 혹은 해소 후에 국적이탈이 가능하다는 점(국적법 제12조 2항)이다.
두 번째 쟁점 은 재외동포 영주귀국자의 복수국적 가능 연령을 현행 65세 이상에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자발적으로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복수국적을 불허하며 한국국 적을 상실하는 부분이다.
네 번째 쟁점은 특별귀화의 형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국외로 이주한 외국국적 동포의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쟁점은 특별귀화로 독립유공 자 직계존비속의 혼인 요건은 강화하되 주소 요건은 완화하자는 것이다.
여섯 번째 쟁점은 병 역 기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한 사람이 아닌 경우 복수국적 허용 완화 를 통해 병역자원 확보하자는 것이다.
세계화와 국제이주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오늘날, 복수국적 제도를 다시 논해야 할 중 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먼저, 오늘날에는 이주의 형태가 과거의 일방향, 일회적인 영구정착을 위한 이주에서 양방향 혹은 순환이주, 그리고 여러 회를 거듭한 복수이주의 형태 로 바뀌었다.
한 가족이 여러 나라에 사는 초국적 가족(transnational family)의 형태도 이제 주변에서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아울러 미디어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물리적으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도 초국적(transnational) 연결의 형태로 떠나온 모국과 현재 체류 중인 거주국 의 정치, 경제, 사회에 모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거주 시민과 해 외 거주 재외국민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로 이주하는 한국인의 규모 가 꾸준한 한편, 국내로 이주한 외국국적 재외동포 및 체류 외국인의 숫자도 2022년 기준 전 체 국민의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법무부. 2023. 『출입국 통계』. https://www.moj.go.kr/moj/2412/subview.do
본 토론문에서는 먼저 “국적이란 무엇인가”라는 더 근원적인 질문부터 논하고자 한다.
국적은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뜻하며, 이는 민족, 종족 혹은 인종적 정체성과는 별개인 법적 시민권을 뜻한다.
한국의 국적제도는 혈통을 기반으로 한 속인주 의 원칙을 따르고 있으나, 한국에서 출생한 무국적자 또는 기아의 경우에도 국적을 인정하듯이 보충적 출생지주의 요소도 갖고 있다. 즉 반드시 한민족 혈통을 가진 사람만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복수국적을 논할 때, “복수국적의 두 얼굴(Joppke, 2003)”, 즉 우리나라로 들어온 이입민의 복수국적과 우리나라를 떠난 이출민의 복수국적을 함께 논할 필요가 있다.*
* Joppke, Christian. 2003. “Citizenship between De- and Re-Ethnicization.” European Journal of Sociology/ Archives Européennes de Sociologie 44(03):429–58.
doi:10.1017/S0003975603001346.
실제로 2010년대 이후 여러 선행연구에서 국적 요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같은 혈통”에서 “국내 거주” 등 생활 공유 여부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이창원 외, 2021:1).3)*
*3) 이창원, 최서리, 권채리, 이철우, 강성식, 김영근, 박민정, 송석원, 이내연. 2021. 『국민의 해외출생자녀에 대한 국적부여 제도 연구』. 법무부.
윤인진(2011)의 연구에서는 한국 국민이 친밀감을 느끼는 집단이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여성, 외국에 사는 재외동포 순으로 나타났다.*
*윤인진. 2011. “민족에서 국민으로: 재외동포,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변화.” 강원택·이내영 편. 『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 여론조사를 통해 본 한국인의 정체성』 동아시아연구원, pp.167-189.
또한 강동관 외(2019)의 연구에서도 국내 출생 화교 3세와 국내 출생 재외동포의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83% 와 75%로 높았던 반면, 해외 거주 재외동포 3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에는 반대가 73%로 높게 나타났다.*
* 강동관·장주영·박민정·이지연. 2019. 『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 법무부. * Lee, Naeyun. 2020. “Who Belongs to the Nation?” PhD diss., University of Chicago.
즉 국적제도 개선에 앞서 국민의 인식 변화를 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복수국적 개선방안을 논하기 전에 먼저 국적 부여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법적 시민권 혹은 국적이라는 울타리엔 누가 들어가는지, 그리고 법적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혈통이나 국가에 대한 기여도만을 국적 부여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국가와 진정한 유대(genuine link)를 맺고 있는지, 거론되는 여러 집단에 속한 다양한 개인들의 의사는 어떠한지, 법적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민으로서의 요건은 무엇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오늘날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 등 국내의 여러 사회복지 혜택의 수급 기준이 1년 중 국
내 거주 기간 계산 등의 방식으로 변해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수국적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 현실적인 장벽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 다.
국적은 각 국가의 주권 행사의 영역이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해외이주 재외동포 혹은 독립유공자 본인과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의 경우, 복수국적을 전면 허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및 중앙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 여야 한다.
또한 국적 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병역 기피자나 원정출산자의 처벌이 아니며, 달리 보면 이는 병역 정책의 영역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하와이 파견 근무 중 아들을 출산한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실질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때 병역 회피나 원정출 산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판별하거나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복수국적자만 병역 회피를 하는 것이 아니며,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후 국적상실로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도 실제로 다수 존재한다.
후천적 귀화자의 복수국적 허용 여부를 병역의무 이행으로만 결 정하기에는 의무적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이나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
복수 국적 개선방안으로 주민권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이주의 시대에 “생활근거지가 외
국”이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주민권의 법적 또는 실질적 근거는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