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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2.12.12 04:36
캐나다: 망각의 업보를 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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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어록으로 전해진 이 유명한 말은 늘 우리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바로 한국 사람들 자신이 역사를 잊은 민족 같아서 일 것이다. 지난 민족사 곳곳에 역사를 잊어 낭패와 수모를 당한 흔적들이 선연한데, 지금 이 시점에도 역사 망각의 무지와 오만과 좌충우돌이 횡행하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이달 초 전세계 한인 언론사 대표들이 서울에 모여 국제포럼을 가진 뒤 3박4일간의 ‘애국캠프-역사탐방’ 프로그램이 있었다. ‘역사 탐방’이라는 구호에 솔깃해 동행한 사적지 순례길에서도 가는 곳마다 뇌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역사를 잊은’ 이라는 어절이었다. 강화도 마니산(마리산)에는 고조선 단군의 제단으로 알려진 참성단이 있다. 그런데 철조망으로 에워싸 접근을 금지한다고 했다. 그리스의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올림픽 성화를 채화하듯이, 해마다 전국체전이 열리면 성화를 불지피던 뜻깊은 곳이다. 그런데 민족의 긍지를 높일 명소로 단장해 사적지로 보호하기는 고사하고, 아예 방치하며 접근로까지 차단해 버려서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에는 독립투사들을 ‘사냥’하고 학대했던 친일 매국노들이 버젓이 여유롭게 누워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이 찾아 간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은 평범한 묘역에 단출하게 모셔져 있었다. 한국사에 큰 물줄기를 이룬 동학혁명은 100년이 되도록 잊혀지고 덮여진 역사였다. 세계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반봉건 시민항쟁일 뿐만 아니라 반외세 항일투쟁으로 적어도 30만명 이상의 조선민중이 일제 총칼에 학살당한 민족적 참극이었지만, 그 실상은 묻혀지고 후손들은 ‘반역’이라는 연좌의 멍에를 두려워해야 했다. 무려 124년만에 국가가 기념하기 시작하면서 사적지 조성이 이뤄지고 있는 최근까지, 유공 서훈자는 단 한명도 없고 보훈예우를 위해 신고창구를 상시 운영하는 데도 등록된 유족이 7천여명에 그친 사실이 몰살의 참상과 혁명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역사탐방을 안내하며 참성단이 ‘국보 1호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역사가는 사적지 순례길 마다 ‘민족사 말살’의 실상을 고발해 참가자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다. 그는 여전히 다수 역사학자들이 친일사관에 집착해 자주적 민족사를 부정한다고 개탄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종속적 상고사를 주장하고, 이 때문에 고구려와 발해도 중국사에 편입될 실정이라고 했다. 만리장성이 황해도까지 뻗어 나왔다며 북한이 원래 중국 땅이었던 것처럼 왜곡하는데도 꿀먹은 벙어리들이 됐고, 일본은 남한 전역이 임나일본부였던 사실인 양 자국 교과서에 싣고 도시명도 일본식으로 붙이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 학자들이 맞장구를 쳐주는 격이어서 이젠 한국사 차제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노예의 삶을 벗어난 출애굽의 기적을 체험하고도 불과 사흘만에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받은 선민들이 너무 쉽게 은혜와 역사를 잊은 것이다. 그렇게 10여 차례 망각의 반항을 했던 댓가는 40년의 광야생활이었다. 그런데도 역사 망각과 배반은 수없이 되풀이 된다. 나라가 쪼개지고, 결국 망하면서 포로로 잡혀가 70년을 고난 당하는 징벌도 역사를 잊은 업보 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임진왜란으로 온 나라가 짓밟혀 곤욕을 치르고도 조선왕조는 불과 30여년 만에 병자호란을 겪는다. 인조의 삼전도 굴욕과 세자가 볼모로 잡혀가고 수만명의 양민이 청나라에 끌려가는 역사적 치욕은 일제가 조선을 삼키기까지 2백년 이상 원상 복구되지 못했다. 틈만 나면 조선을 침략했던 왜구가 제국의 군대로 변신해 국권을 침탈한 뒤 벌인 일은 언어와 성씨를 박탈하고 역사를 지우는 일이었다. 식민지 역사교육기구 ‘조선사 편수회’는 단군조선을 없애고 신라가 조선사의 시작이라고 고쳤다. 이완용·박영효 등과 함께 친일 학자를 동원해 그런 식으로 만든 35권의 역사책 대부분이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역사는 한 민족의 혼이요 정체성이다. 역사가 흐려지면 영혼이 흐려지는 법이다. 역사를 잊어 혼이 빠진 민족에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요사이 한국의 정정을 보면 겨우 수십년 전, 불과 5년 전의 불행했던 역사마저 잊어버린 퇴행과 망령이 되살아 남을 본다. 피와 눈물로 일군 민주주의의 공든 탑을 30년 전의 ‘조자룡 헌칼’로 무도하게 내려치고 있다. 그러나 새겨 둘 일이다. 역사를 잊은 자들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 캐나다 시사 한겨레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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