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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주기 맞이하는 故지익주님 추모식…지리한 공판 언제쯤 끝나려나

 미망인 최씨, "재판이 끝나도 잊지 않고, 언제까지나 기억해 주시고…각자 자신을 잘 보호하길"

 지익주님6주기추모식.jpg

  <사진설명 : 필리핀 치안의 심장인 퀘존 캠프크라미 안 故지익주님이 살해당한 주차장 자리에서 열리는 6주기 추모식 장면  / 사진 : 마닐라서울 최현준 기자> 

 

지난 10월 18일 퀘존에 위치한 PNP 본청 주차장 자리에서 6년 전 이 자리에서 필리핀 경찰들에 의해 납치 후 살해당한 故지익주씨의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미망인 최경진씨,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 이규호 총영사, 서승환 영사(경찰 영사), 한인필리핀총연합회 신성호 수석 부회장, 김용규 상근 국장,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의회 김대중 부회장(회장 대행, 뉴스게이트 대표), 클락 새생명 교회 이성훈 목사 내외, 교민 및 교민언론사 기자 들이 참석했고, 필리핀 측에서는 PBGEN(준장) ARNEL AMOR B LIBED 지역 사회 관계부 부국장을 비롯해 필리핀 경찰들이 참석했다. 심재신 회장은 타국 출장 관계로 참석을 못하고 대신 조화를 보냈다.

 신성호 수석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추모식에서 미망인 최씨는 "당초 재판에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들었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최씨는 "여태껏 기다렸다. 앞으로 재판이 길어지고, 짧아지는 것은 신경 안쓴다. 더 중요한 것은 합당한 재판 판결이 나는 것이 중요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판결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여기(필리핀)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이 이 사건을 잊지 않고, 각자 자기 삶에서 자기 자신을 잘 보호하고,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잘 융화하면서 살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이 사건을 (계속) 기억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이 끝나도 잊지 않고 언제까지나 기억해 주시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규호 총영사는 "(자신이) 이 사건을 부임 이전에도 접했고, 부임 후 이번이 두번째 추모식 참석"이라고 전하며, "(김인철 대사) 대사님이 필리핀 대법원장이나 법원장, 검찰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이 사건이 조속한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참석한 필리핀 경찰들을 보며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길 원한다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참석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외교통일위원회는 국정감사 감사 지적사항으로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에 '지익주씨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고위층 접촉을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신성호 수석 부회장은 "사건장소이기도 한 PNP 본청에서 추모식을 여는데, 상당한 노력이 있었다"고 회상하며 6년 전 첫 추모식을 떠올렸다. 이어 "당시 많은 본청 경찰들이 故지익주님 추모식을 지켜보며 참석을 원하고, 진심 어린 위로와 한국인에 사과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경찰 관계자들 역시 자신들의 관내에 한국인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물으며, 한국인들을 보호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성훈 목사의 추모 기도, 참석자들의 헌화와 묵념으로 6주기 추모식은 끝났다. <사진 및 기사 제공 : 마닐라 서울>

 ◆ 우리가 故지익주씨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故지익주씨는 2016년 10월 18일 필리핀 납치전담팀 팀장이 포함된 경찰들에 의해 앙헬레스 자택에서 연행되어 퀘존 본청 주차장 차안에서 목이 졸려 사망했다. 이후 범인들이 전현직 경찰들이었음이 밝혀졌다. 지씨의 시신은 은퇴한 경찰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화장되었고, 증거인멸을 위해 변기에 버려져 시신마저 찾을 수 없다.

 이 사건으로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로널드 델라로사(현 상원의원)가 사의를 표명했으나 두테르테 대통령에 의해 반려되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망인과 한국 국민, 한국 정부에 사과했으며, 조속한 범인 검거와 더불어 '범인들의 머리를 한국에 보내겠다'며 강력한 처벌의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껏 1심 재판이 끝나질 않고 있으며, 주범격인 둠라오 팀장이 보석으로 석방되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범행에 함께 가담한 부하 경찰 2명 만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필리핀에서 일어난 많은 한인관련 살인사건 중 하나일 뿐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이 6년이 지난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는 현직 공권력에 의해 그것도 치안을 책임지는 PNP 본청 안에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외국인이 납치되고 살해된 엽기적인 범죄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故지익주님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거주 한인과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을 끝까지 지켜 보며 범인 처벌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필리핀 정부와 경찰에 보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 사건을 잊고,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또 다른 '제2의 지익주'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이 '당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씨 사건 이외에도 외국인이나 외교관 가족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강력 사건이 많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필리핀 유력 가문 출신이나 이른바 힘있는 사람들의 부끄러운 권력 남용으로 발생하며, 지리한 재판과 사라진 정의로 조용히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건 3가지를 요약 소개한다.

 ◇ 1991년 7월 13일 새벽 마카티 다스마리냐스 빌리지 안에서 전직 대법관인 Claudio Teehankee의 아들이자 Manuel Teehankee 법무부 차관의 동생인 Claudio Teehankee, Jr는 시비 끝에 미 대사관 직원의 아들인 Roland John Chapman(21세), 스웨덴계 필리피나 Maureen Hultman(16세,女)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ADB에 근무하는 핀란드인 Jussi Olavi Leino(24세)에게 부상을 입혔다.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9년 뒤인 2000년 2월 17일, 무기징역과 피해자 3명에 대한 약 1500만 페소의 민사합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Claudio Teehankee, Jr는 2008년 10월, 복역 17년 만에 아로요 대통령의 특별 사면에 의해 석방되었다. 

 Maureen Hultman의 부모는 딸을 살해한 Claudio Teehankee, Jr에 대한 필리핀 정부 당국의 행정 관용에 대한 충격과 놀라움, 분노를 표했다. Hultman 어머니는 "같은 필리핀인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슬프다"고 말했다.

 ◇ 2012년 11월 24일, 마카티 벨에어 깔라얀 애비뉴 쪽 가드 게이트 앞에서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었던 로라 아니코프(Laura Anikow)의 남편이자 퇴역한 미 해병대 소령이었던 41세의 조지 아니코프(George Anikow)가 네 명의 필리핀 대학생 용의자들과 말다툼 끝에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의 죽음에 당시 티나 말론 미국 대사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대사관 직원의 사랑하는 배우자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아니코프가 사망한 것을 두고 폭력적인 공격에 대해 규탄했다. 또한 당시 미국 대사였던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는 유력 가문 자제였던 4명의 가해자 모두 범죄행위로 인해 하루도 감옥에 갇힌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2014년 이들의 보호관찰 및 보석을 받아들인 윈로베 두마야스 마카티 법원 판사는 해고되었다.

 이 사건의 용의자들 대부분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렸났으며, 두 명은 사건 이후 2018년까지 보호관찰명령을 어기고 도주 생활을 이어갔으나 결국 차량 추격전 끝에 경찰에 검거되었다. 대법원은 2019년 도주 용의자 두 명에게 내려진 보호관찰 선고를 무효로 하고 1심 집행유예 판정 역시 잘못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 2020년 1월 8일 Siargao섬에서 서퍼 및 다이버샵을 하던 스페인인 Diego Bello(32세)가 마약왕이라는 누명을 쓴 채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조사 결과 Diego는 2017년부터 Siargao에 체류하며 섬 일대 여러 군데서 비즈니스를 했다. 그러나 Diego는 마약을 하지도 팔지도 않았고, NBI 마약범죄자 명단에도 없었다. 필리핀 경찰은 스페인 대사관 영사를 만나 Diego가 마약범죄와 연루된 확실한 마약증거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범죄 진상 조사 위원회 조사 결과, Diego 살해에 가담한 3명의 경찰이 비무장인 Diego를 총으로 쏴 죽인 뒤, 그가 마약범죄자이며, 먼저 저항을 해 총격전 끝에 사살한 것으로 사건을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또한 위원회는 경찰이 Diego를 죽인 이유로 Camarines del Sur 지방 출신 주지사인 Migz Villafuerte 주지사가 자신이 소유한 별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Diego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파트너와 소음 문제로 말다툼을 벌인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 Migz Villafuerte 주지사는 Diego 파트너에게 "내가 누군지 모르세요? 너를 쏘고 늪에 빠뜨려 사라지게 할 수도 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범죄 재조사 된 극히 일부 케이스이다. Diego 가족들은 이 사건을 스페인 법원과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3건의 사건 가해자들과 배후 인물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을 활개하고 있다. <전재종 기자>

 ※ 본지 커버스토리는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의회와 해외동포언론사협회를 통해 세계 각국 교민매체에 함께 공유됩니다. 하이필스는 2003년 9월 7일 창간. 필리핀에서 한국 일요신문과 제휴를 통해 필리핀 일요신문 제호로 2020년 3월까지 매주 지면 인쇄 발행을 하였으며, 2020년 3월 코로나 보건위기를 기해 하이필스로 제호를 변경하고 현재까지 월 4회, 매주 온라인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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