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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 및 외교 라인 전면적인 교체 불가피 할 듯

 - 대변인실 어설픈 해명이 더 큰 논란 자초…美 의회·韓 의회에도 사실상 '대형 참사'급 실수

 - 봉봉 마르코스, '美 입국금지'족쇄 풀고, 바이든과 마주 앉아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순방외교가 연일 많은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성과위주 기사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해프닝 기사들이 더 많다. 국민의힘 대변인 브리핑대로 국익을 위해 보고도 못본 척, 들었어도 못 들은척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외신을 통해 뉴스는 흘러나갔다. 외신들도 모두 '새끼','쪽팔리다'의 정확한 의미에 대한 번역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큰 소득없이 부담만 안게 되었다.

 일단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에서 불거진 논란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 이 건은 일단 논외로 치자. 대통령실이 순방 전 브리핑한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 UN연설 일정 등을 언론에 알렸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국의 정상이 회담을 위한 약속 장소도 아닌 어수선한 다른 행사장에서 자기 차례 기다렸다 한 약 48초간의 한미정상 '조우에 가까운 짧은 환담' (그 어떤 해명을 내놔도 회담이라고 말 붙이기 민망한 시간이었다)을 했다. 더불어 아무리 한일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직접 일본 총리를 찾아 30분간의 연 비공개 약식회담(일본 측은 간담회라고 절하함)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UN연설 역시 북핵문제나 한반도 평화 언급이 빠진 추상적인 연설로 일관했다고 혹평했다. 이쯤되면 지구를 한 바퀴 돈 전용기 기름 값 가치 만큼도 건진 것이 없는 외교 대참사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 조중동도 외면한 "이걸 어떻게 쉴드쳐 줘!" 더 큰 문제는 귀국 후

 전직 외교관·의전 전문가들의 평을 종합해보면 모든 국가 간 교섭에는 현안과 중요도, 협력 정도, 파트너의 급에 순차적으로 협상이나 회담에 임한다. 그러면서 의제를 정하고 조율에 나선다. 대통령이 나설 정도면 이미 국장급, 차관급, 장관급 인사들이 사전에 의제를 완벽하게 조율하고 대통령은 가서 사인만 하고, 공동 성명을 채택하거나 회담 성과나 결과를 언론에 설명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 이처럼 힘든 준비속에 정상회담은 실패할 수 없도록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물론 탑다운 방식으로 정상회담에 나서 결과적으로 망한 북미 간 하노이 회담에서도 회담 전 의제를 조율하고 준비한 담당자 들이 문책을 당했다. 야당의 지적대로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마련된 급작스러운 정상회담 일정과 직접 만나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타이밍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외교라인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평론가들은 윤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현재의 야당 과반 의석 구조가 바뀔 수 있는 다음 총선을 치루기까지 2년, 마지막 레임덕 시기인 1년을 제외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채 2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수위 기간을 빼고도 취임 100일이 지났음에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은 밀어붙이면서 여전히 아마추어적이며, 이해 못할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순방국 주재 우리 대사는 여전히 공석이고, 보건을 책임지는 장관 자리는 기재부 출신 인사가 맡았고, 지금도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 겸 사회 부총리 자리가 공석이다. 이런 와중에 베테랑 외교관이라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대변인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어가 모호한) 새끼...쪽팔리게"라는 시장 통 언어나 듣고 서 있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서 있어야 하는 박진 장관의 심정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써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얼마나 낯부끄러운 일이었으면 여권 내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감을 표시했고, 이재오 상임고문과 유승민 前의원 등이 윤대통령과 외교라인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국민의힘측 출연진들이 해명에 진땀을 빼는 장면이 다소 목격되었다. 여기에 여당에 우호적이던 조중동 마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야당의 공세에 반견에 나서는 여당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윤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간의 불협화음 문제와 설화로 내홍을 겪고 있으며, 행정부도 입법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집안단속 못하고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을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증명한 꼴이 되었다. 

 ◆ 이번 파고 수습 못하면 더 큰 '자질 논란'으로 큰 국민저항에 부딪힐 것

 대통령실과 여당 측 주장대로 대통령 욕설 파문이 순방외교 결과를 뒤덮을 만한 주류가 아닌 곁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야당의 정치공세,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로 추부하기에는 여운이 남는다. 야당과 언론은 기둥은 놔두고 왜 곁가지에 집중할까? 바로 이러한 잦은 논란 자체가 '대통령의 자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윤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을 해도 사라지지 않을 파문이며, 아마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 싶다.

 법률가 출신의 윤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정부 수장이 입법부를 이처럼 폄훼하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과는 달리 '유감'을 표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권분립을 이해하고, 의회의 도움이 절실한 대통령이라면 언행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야당의 협조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윤대통령은 '169명'의 야당 의원들을 '새끼'로 전락시켰고, 이에 대한 대통령실 대변인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의회(정확히는 더불어 민주당)를 지칭한 것이라고 '확인사살'을 해버렸다. 美 의회든, 韓 의회든 어디를 가리키건 외통수 걸린 상황에서 고심에 고심을 했을 것이다. 밤새 논의 끝에 나온 대변인 해명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이다. 차라리 "언어 선택에 실수가 있었다. 사과드린다."라고 했다면 그나마 덜 문제삼고, 외교라인 교체 정도로 대응하며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윤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강공을 선택했다. 마치 '불난 집에 유조차 몰 고와서 기름을 마구 뿌려대고 부채질까지 한 격'이 되어버렸다. 대변인의 상식을 한참 넘어선 해명에 필자마저 귀를 의심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 윤대통령은 평생 검사로 살아온 탓에 피의자를 추궁하고 겁박하고, 얕잡아 보는 언행을 일삼는 검사의 습성을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습성은 고개를 좌우로 정신없이 돌리는 버릇과 더불어 아마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정치 초보인 만큼 자신의 능력을 인정(검사-검찰총장-대통령은 자질은 물론 역할이 다르다)하고 겸허하게 정치적, 정무적 판단에 대한 조언을 주변 참모들과 정책 조언자로부터 받아야 하는 절실한 입장이다. 

 ◆ 꼼수로 지지율 반등, 국정 운영 할 생각 말고, 김건희 여사-천공 논란 이참에 모두 걷어내야

 그런데 주변에 직언하는 참모는 없고, 정책 조언자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와 천공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 만이 자리잡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와 수차례 통화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설득력 있는 해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갈수록 '비선' 의혹만 짙어져 가고 있다. 게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와중에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오해를 살만 한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나 되었나?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무직 공무원의 자세가 아니다. 그의 논리전개 방식대로라면 "지난 정권에서 그쪽도 그랬는데 무슨 문제냐?"라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질 않는다. 논리정연한 그의 언변과 준수한 외모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지만 이런 식의 논리 비약과 태도는 향후 그가 대선 출마나 정계 진출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논란으로 탄핵을 당한지 얼마나 되었나?, 그것을 직접 수사해서 처벌까지 받게 만들었던 윤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아닌가? 그럼에도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천공 비선 논란을 왜 방치하는가? 고등교육도 아닌 중등교육을 마친 국민이라도 이 정도쯤은 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인사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면서 검사공화국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전 정부 적폐 캐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얼마나 압수수색을 남발했으면,'검찰수색대'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돌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을 올려주는 것이 검찰수색대가 아니란 것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리고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안다면 이렇게 안일하게 국정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다. 

 노련한 정치 원로들도 때론 주변의 조언을 듣고 고심을 한다. 또한 민심을 살핀다. 때론 사과하고, 때론 자중했다. 이번 욕설 파문으로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이준석 전 당 대표가 폭로한 윤대통령의 언행이 만천하에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이 양두구육, 체리 따봉, 탄핵 주장 논란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늦었다는 의미이다. 그는 대통령이고, 그는 욕설을 일삼고, 입법부를 이처럼 대놓고 무시한다. 욕설의 주어가 미국 의회이건, 한국 의회이건 간에 더 중요한 것은 이는 이미 입을 떠나 주워 담지 못한 치명적인 말실수이고, 민낯을 스스로 보여준 윤 대통령의 실체이자 한계라는 의미이다.

 아버지 시대 독재와 부정축재로 미국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던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 영토내 들어서게 되면 기소될 처지였지만, 정상은 예외라며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이것이 약 2개월 전의 일이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양국국기가 걸린 접견실에 차분히 앉아서 정상회담을 나누었다. 내용을 떠나 이 사진 한장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와 필리핀이 말하는 '외교'와 '정상회담'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100% 완벽한 사람은 없고, 61세의 윤 대통령이 한 순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는 이미 야당을 '새끼'라고 지칭한 것으라고 대변인의 확인질문에 답했다고 한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In every democracy, the people get the government they deserve.)"라는 말이 떠오른다. 누굴 탓하겠는가? 모든 것은 그를 선출한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그 뿐이다. <오명수 하이필스 발행인 / 정리 전재종 기자>

 

 ※ 본지 커버스토리는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의회와 해외동포언론사협회를 통해 세계 각국 교민매체에 함께 공유됩니다. 하이필스는 2003년 9월 7일 창간. 필리핀에서 한국 일요신문과 제휴를 통해 필리핀 일요신문 제호로 2020년 3월까지 매주 지면 인쇄 발행을 하였으며, 2020년 3월 코로나 보건위기를 기해 하이필스로 제호를 변경하고 현재까지 월 4회, 매주 온라인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상호 : (주) 로저스 글로벌 코퍼레이션 | 대표자 및 발행인 : 오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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