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 부터 중세에 걸쳐 북아시아 민족이 남겨 놓은 청동이나 판금 예술품에는 이리와 암사슴이 전해지고 있다. 켄테이‘라는 영산(靈山)은 몽골의 운명을 맡아 다스리는 듯이 국토를 두 개로 갈라놓고 있다. 북은 시베리아 삼림지대, 남쪽은 스텝의 초원지대를 가로지르고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푸른 이리와 초원을 대표하는 숲의 암사슴은 이곳을 배경으로 하여 사랑이 맺어졌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바타치칸이 장차 칭기즈칸을 배출하는 가계의 시조가 된다.
원시 부족사회에서는 집단의 구성원과 상징적인 혈통관계를 갖는다고 생각되는 동물을 토템이라고 한다. 이런 토템을 숭배하는 샤머니즘 형태의 신앙을 토테미즘이라고 한다. 그 생명체에 내재하는 영(靈)이 인간들에게 이롭 게 혹은 해롭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실 천 년 전 몽골엔 종교가 없었고 토템 신앙 자체가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중국에서 상고시대부터 용과 봉황을 중요한 토템으로 받들었는데, 이러한 고사를 바탕으로 몽골신화 속에서는 이리(늑대·wolf)와 사슴을 민족의 신앙적인 존재로 여겨 왔다.
그래서 몽골사람에게 늑대는 생존을 위한 경쟁관계에 있지만 사냥방법이나 초원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또는 신(토템)으로 숭앙받는 존재이다. 그래서 늑대 사냥을 금기시 하는 풍습이 있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늑대의 먹잇감으로 바쳐야 천국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늑대는 야생동물 중 예로부터 인간과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큰 위협적인 존재였다.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철저한 수직적 위계구조로 움직이는 영민한 무리동물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떼를 지어 사냥하지만 각 개체도 강인한 힘을 지닌 늑대 무리들은 초원의 유목민들에게는 큰 공포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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