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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평양에서는 역대 다섯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9월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가 채택됐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적대의 역사 종식'약속과 함께 민족사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높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남북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남북 소통의 상징물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고, 남북 간 통신연락선마저 단절되었다. 거의 모든 것은 멈춰 있는 교착상태다. 미국의 대선 정국으로 북미협상의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분수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이루고자 하는 마음, 욕심(慾心)이 앞선 과욕(過慾)이었을까. 아니면 지나치게 믿었던 과신(過信)이었을까. 제반 준비가 미비 된 상황에서 무리한 과속(過速)을 한 것일까. 탈냉전 시대를 앞당기려는 진보와 과거 냉전적 사고에만 갇혀버린 머문 보수와 해석은 다를 수 있다. 보수 진영은 ‘감성적 평화 팔이’와 ‘낭만적 대북관’에서 유발된 패착(敗着)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핵무기·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고 싶은 현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 덕분에 그간 남북관계는 별다른 직접 충돌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꼬집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든 민족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당사자’,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설계하려는 ‘주도자’이든 중요하지 않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이에 상응한 역할을 수행하려는 집념이 의미 있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역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과거 김정일 선군정치 시대의 ‘고난의 행군’과는 전혀 다른 ‘3중고’를 겪고 있다. 대북제재 , 코로나 19, 자연재해로 인해 궁중경제(평양경제), 장마당 경제, 밀무역경제도 다 망가져가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북한이 사용 가능한 대응카드는 도발 또는 협상, 버티기 등 3가지 방책이다. ‘핵’도 안보·통치에는 효용가치가 있었지만 이젠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심각한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은 내치와 민생에 집중하면서 내부 전열 재정비와 함께 미국과의 새로운 담판을 위한 ‘전략적 카드’를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남북관계는 추진동력을 잃은 채 합의서는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평양공동선언 2주년 공식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게 이루었던 합의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향후 추진동력을 만드는 준비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역사에 반복은 없지만 반복되는 어리석음은 있다. 고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 같이 명심해야 할 사안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에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각종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는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이다. 즉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 하면서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통일대업과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디테일의 논리’준수다. 1%의 모자람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0’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문제이든 디테일에 약한 이유는 ‘조급증’이다. 성과주의는 조급증을 낳고 디테일에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디테일은 진지한 과학기준 구현과 긴밀한 한미 가치동맹에서 나온다. 따라서 북한문제는 ‘환상’이 아닌 ‘규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나친 것은 못 미침과 같다(過猶不及).”는 過猶不及(과유불급)과 “욕심이 급하면 일을 이룰 수 없다"는 欲速不達(욕속부달)”는 교훈이 있다. 어쩌면 과신(過信)과 과욕(過慾)보다 과속(過速)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그야말로 “물이 들어오면 배가 뜬다“ 는 《주자전서(朱子全書)》나오는 ‘수도선부(水到船浮)’의 가르침을 잘 되새겨야 한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모든 일에는 ‘때(時機)’가 있다. 너무 서두르다가 섣부른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리다 좋은 시절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적당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야말로 ‘적당한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세심(細心)한 관찰. 세밀(細密)한 대비, 구체적인 세안(細案)을 구비해 놓아야 한다.
그간 수십 년간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수차례 오가고 있다. 하지만 진보든 보수이든지간에 최종 목표는 비핵화, 평화통일일 것이다. 누구든 북한문제 해결비책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다만 ‘최선’ 과 ‘최적’만이 존재 할 뿐이다.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고 그날을 위해 계속 정진해야 한다.
‘不怕慢(부파만), 就怕站(지우파잔)’이란 중국 격언이 있다.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춰서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뜻이다. 바로 우리의 대북 문제를 해결하는 비책이다. 정권에 관계없이 "역사에서 뿌려진 씨앗은 언제든 열매를 맺는 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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