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mnews.kr/webzineColumn/374166
코로나 펜데믹은 우리에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련을 주고 있다. 모든 사회적 경제적 메커니즘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 나의 입장을 접고 대세에 부득불 맞추어 나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현상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리고 심리적 압박감은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고립과 격리가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조건이 되었다. 개인의 행동을 자제하고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싱글족 처럼 점차 혼자라는 사실을 너무도 당연시 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펜데믹이 종식 되고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상생과 연대의 감각을 키워나가야 된다. 외적으로는 거리를 두지만 내면을 통해서는 서로 거리를 좁혀야 한다. 사회적 방역과 마음의 방역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 시대에 눈여겨 볼 생물이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회적’ 생물은 개미다. 사회적 결속력 관련 가장 강도가 강한 ‘진(眞)사회성(eusociality)’의 대표 주자다. 엄격한 노동 분담과 고도로 분업화된 운명공동체 사회를 이룬다. 전체의 목표나 목적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이타성(利他性)을 가졌다는 얘기다.
홍수로 개미집이 없어지면 수만 마리가 함께 ‘개미 뗏목’을 만들어 새로운 이주지를 찾아 생존 투쟁을 한다.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내 운반할 때도 가장 빠른 경로를 찾아서 모두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개미의 모든 행태는 지능적인 행동 이라기보다는 복잡한 체계적인 연쇄반사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미 한 개체는 매우 미약한 존재지만 개미의 집단반사적인 지성이 보여주는 놀라운 희생정신과 응집력은 대단하다.
동물과 곤충의 세계에서도 동료의 바이러스 감염이 감지되면 아픈 동물이 스스로 격리 요청하기도 하고 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집단 전체가 공동운명체 관계로 이어진 사회적 군락에서 주로 발견된다. 털개미는 病에 걸리면 건강한 동료와 접촉을 꺼린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집을 떠나기도 한다. 흰개미 역시 독성 곰팡이에 감염되면 몸을 터는 듯한 감염 신호를 보내서 동료가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개미는 굶주린 동료를 절대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 비결은 개미는 위(胃)를 두 개나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신을 위한 ‘개인적 위’고, 다른 하나는 남을 위한 ‘사회적 위’다. 굶주린 동료가 배고픔을 호소하면 두 번째 ‘사회적 위’에 비축해 두었던 양분을 토해내 제공해 주는 것이다. 개미 ‘의(蟻)’ 한자가 말해 주듯이 벌레 ‘충(虫)’자에 의로울 ‘의(義)’자를 합한 것이다.
이에 코로나 19를 이기는 비결을 개미들의 희생정신과 분업 능력에서 배워야 한다. 노자는 이러한 논리를 섭생(攝生)으로 설명했다. 자신의 생을 적당히 불편하게 억누르면 생이 오히려 더 아름다워질 수 있기에 나의 불편함과 남을 위한 배려로 공동체 의로움에 기여 하라는 가르침이다. 어쩌면 코로나 상황에서는 개미 같이 행동하면서도 베짱이처럼 좀 느긋해야 한다. 느림과 비움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실제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매사에 긴장하다 보니 일상적인 삶은 얼마나 피곤한가. 홀로 지켜내야 되니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누구든지 ‘생활(生活)’ 그자체가 ‘그물(網)’에 갇혀있는 기분의 연속이다. 언택트· 뉴노멀 시대를 맞아 고충이 심한 건 다 마찬가지다. 경제상황도 살얼음판을 걷듯 녹녹치 않다. 하지만 자신은 불편하고 괴롭지만 남을 진정 위로 하고 배려할 때 행복의 바이러스가 되살아난다.
고통과 외로움도 같이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드는 법이다. 서로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이 있다. 지금 종전에 겪어 보지 못했던 고난의 시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호크 쿼퀘 트란시비트(Hoc quoque transibit)'라틴어 명언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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