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先爲不可勝(선위불가승), 以待敵可勝(이대적가승)’라는 구절이 나온다.
“먼저 나를 이길 수 없게 한 연후에 적을 이길 수 있는 때를 기다리라”는 의미다. 즉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지지 않을 준비를 갖추라는 것이다. 바로 중국 정부의 최근 대미 대응태세를 요약한 핵심 전략이다. 왜 중국은 맞대응이 아닌 이런 수비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정치, 경제, 안보 지형을 바꿨다. 미국·중국 간 대치는 날로 첨예해지지만 물밑 협상이 없이 전 영역에서 극한 대결구도로 빠져들고 있다. 전면전 형태의 신 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때리기’, ‘중국 흔들기’, ‘중국 지우기’, ‘중국(기술) 주저앉히기‘, 중국 씨 말리기‘,’반 중국 짝짓기‘에 대하여 중국은 ‘안정 찾기’, ‘버티기’, ‘살아남기‘로 슬기롭게 대처하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내수 퍼스트'와 '자급자족'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그야말로 ’훠저(活着)’다. “살아만 남으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바램이다. 중국 경제도 지구전 차원에서 “살아만 있자”는 방침으로 보인다. 중국의 올해 정부공작보고에서 담긴 4대 키워드도 코로나(疫, 44회), 안정(穩, 42회), 취업(業,39회), 경제(經, 39회) 순이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우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민생, 취업, 시장주체(기업), 식량·에너지, 공급사슬, 말단 행정 등 6대 분야를 효과적으로 고수하여 고용·금융·무역·투자·외자·예측 등 6대 안정을 이루겠다는 ‘보장을 통한 안정(以保促穩)’을 경제 운용의 역점으로 삼았다.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복잡한 상황 하에서도 중국은 내수확대, 기술혁신, 개혁개방 등 중국 자체적으로 기초를 튼튼히 다지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1단계 목표인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고, 2단계로 신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1단계 목표 마무리를 위해 '마지막 1㎞'를 잘 달려서 '2개의 100년'(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인 2021년, 신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목표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대국가전략구상이다.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국내외 쌍순환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수출 중심, 대외 개방 발전 전략으로 대변되는 국제대순환 전략을 우선 국내대순환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해외공급 망 의존도 탈피’, ‘내수 퍼스트(최우선)',’내수 확대‘로 요약되는 내수중심 발전전략은 중국 2021~2025년 경제운영 계획인 '14차 5개년 계획'의 핵심 내용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14차5계년 계획 지도방침 관련 고품질, 고효율, 지속가능하고도 더욱 ‘안전한 경제 성장’의 실현을 강조했다. 미·중 갈등 속 국가 정치·경제 안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안정’에 더해 처음으로 ‘안전’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도 중국은 긴 호흡으로 반격의 틀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이른바 위안화 국제결제 확대, 디지털화폐 최초 발행을 통한 세계 전자결제 시장 선점을 통한 미국의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과감한 도전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세계 최강의 슈퍼컴 개발, 미국 GPS에 맞서 中 자체 위성항법 시스템 ‘베이더우(北斗)’ 개통, 반도체 굴기, 글로벌 5G 구축을 통해서다.
이는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 축소에 반비례하여 ‘세계의 첨단 기지’로 변신을 유도할 것이다. 중국 내수 소비시장은 급격하게 확대 될 것이며 럭셔리한 시장은 점차 확대 될 전망이다. 그래서 전통제조업과 첨단기술 업종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탈(脫)중국 시도는 금물이다. 우리는 역발상 차원에서 어떤 분야에서는 오히려 진입(進入)해야 한다. 그래야 달리는 말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기존의 공급망은 유지 및 강화하면서도 제3국으로의 재수출 공급망은 인도 및 아세안 등으로 다원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解弦更張(해현경장·거문고 줄을 다시 고쳐 매야한다)‘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소한 지금 펼쳐지고 있는 향후 5년간의 중국 경제 정책방향에 맞추어 대중 경제전략 수정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이 아닌 한국의 입장과 시각에서 중국을 다시 냉철하게 재평가 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http://www.cmnews.kr/webzineColumn/373964
글/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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