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국경이 없는 시대다. 그래서 실시간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네티즌(network+citizen ·网民)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상에서도 ‘언급 하지 말아야 할 것’ 과 혹은 쉽게 '부르지 말아야 할 존재‘가 있다. 나라마다 문화와 관습차이에서 ’금기‘시 되는 사안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정치체제의 차별화에서 비롯된 금기어나 제약사항은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를 어길 경우 상대국의 권위와 존엄에 대한 도전이라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우리 문화에도 '죽을 死(사)'와 '넉 四(사)'의 발음이 같아 불길하다고 여겨 통상적으로 병원 빌딩에는 4층 대신 F로 표기하곤 한다. 중국에서는 통상 친한 사이에 '선물로 시계를 주면 안 된다.'라는 풍습이 있다. 중국어로 탁상 시계나 쾌종 시계 등을 ‘종(鐘, zhong)’이라고 한다. 종결(终结)하는 의미의 ‘终’도 (zhong)이라고 발음된다. 그래서 ‘종 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送钟(시계를 주다)'와 '送终(장사지내다)'가 ‘종’이라는 음이 같기 때문에 불길하게 여기는 이유다
이처럼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금기의 종류는 많다. 하지만 ‘금기’사항을 외국인 입장에서 그저 고의적인 의도 없이 언급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종종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한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글로벌 활동도 해야 하니까…예명으로 중국식 이름인 마오(毛) 어때요”라고 무심코 말한 국내 연예인 이효리 발언의 후폭풍이 중국에서 거센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당사자 얘기를 들어보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별다른 정치색과 정치적 의도 없었지만 마오쩌둥 주석의 희화화 발언이 이슈가 되었다.
분노한 중국 누리꾼들은 “이효리의 발언이 중국 위인인 마오쩌둥(毛澤東)을 비하했다”고 지적했다. 이효리의 SNS계정에 쏟아진 비난성 댓글만 47만 9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뜨겁게 인터넷을 달구었다.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 플랫폼 시대, 연예인들의 글로벌 문화 감수성 관련 하여 세심함의 부족이다. 한국인의 ‘웃음 포인트’가 해외에서 불쾌함과 무례함을 느끼는 소재가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문화 감수성 측면에서 갈등은 여러 사례가 있었다. 최근 중국 유명 여성 모델이 젓가락으로 이탈리아 피자와 스파게티 등을 먹는 장면을 담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패션쇼 홍보 영상도 중국 문화 비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공격으로 모델 계약은 파기되었고, 결국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전개되었다.
두 사건 모두 중국인 전체 의견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문화적 이해 편차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로 유발된 해프닝이지만 중국 젊은 네티즌들의 공분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90后)', 2000년대 출생한 '링링허우(00后)'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지만 민족주의 교육으로 중화민족으로서 강한 자부심과 집단성을 댓글로 여과 없이 과감하게 표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앞뒤 맥락 없이 한국 연예인의 "마오" 한마디에도, 젓가락 습관을 비웃는 것처럼 보여 지는 홍보 영상에도 득달같이 달려드는 배타주의, 문화 쇼비니즘으로 흐르게 되는 경향은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마오쩌둥 주석의 위상과 젓가락은 중국인들에게 과연 어떤 존재일까? 마오 주석은 中華의 회복을 위해 분열과 외세로 부터 지켜냈던 위대한 혁명가이자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새롭게 오늘의 중국을 일으킨 ’마오‘로 애칭 되고 있다. 중국 음식문화의 도구로 대변되는 젓가락 문화를 비하하는 홍보영상 역시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든 것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이웃은 바꿀 수 없다. 중국 고사에 '천만매린(千萬買隣)'구절이 나온다. 천만금으로 좋은 이웃을 살 만큼 중요 하다는 의미다. 서로에게 ‘든든한 이웃’ 보다 ‘좋은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작금의 한중관계는 한한령(限韓令)으로 얼어붙었던 기나긴 동절기를 지나고 해빙기를 고대하고 있다.
주한 중국 대사는 한중 수교 28주년 기념 칼럼에서 ‘네 속에 내가 있고, 내속에 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상생과 융합의 좋은 파트너가 되려면 ‘파워 외교’가 아니라 ‘소통 외교’가 필요하다. 소통 외교의 기저에 네티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양국의 선린관계 및 우호증진에 중요한 채널이 되고 있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 해주는 댓글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을 대하는 마음 자세를 '심보(心眼)'라고 한다. 위대한 ‘마오’라는 관점에서 중국판 작명도, 한글을 창시한 ‘세종대왕’ 이라는 한국판 작명도 친근한 감정에서 애칭 되었다면 용인은 못할망정 넓은 아량으로 이해 해주는 그런 네티즌들이 되어야 한다. 네티즌들이 양국 간 축 쳐진 감정과 분위기를 띄워주어야 한다. 네티즌은 민간 공공외교 역할의 선봉장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슈에 너무 빠져드는 어리석음이 없어야 한다.
‘댓글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세상이 되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댓글도 고와지는 법이다. 그게 상생외교의 기본이다.
http://www.cmnews.kr/webzineColumn/374090http://
글/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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