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다. 중국 청년의 안중에는 한국이 없다.'
몇 년 전에 국내 모 교수가 중국 현지를 샅샅이 답사하고 리얼한 중국의 모습을 kbs의 다큐멘터리 <명견만리>에 나와 중국 관련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일부 한국인의 눈에는 중국은 여전히 짝퉁, 불안정, 불법 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여전히 중국을 낡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발전상의 진면목(眞面目)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경종을 울린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의 중국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과연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중국은 세계 GDP 총량 기준 2위의 경제대국이다. 모든 것을 만드는 ‘세계의 공장’이자 ‘제조 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1만 달러를 넘었고, 3억 명의 중산층의 소비 구매력은 이미 한국 수준에 육박해 있다. 하지만 ’샤오캉(小康·전반적으로 풍족한 사회)‘ 전면 실현을 위해 농촌 및 오지 지역의 빈곤을 완전히 퇴치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열거한 내용이 중국에 대한 개략적인 인식일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가 중요한 정보 접근 경로가 되고 있다. 상당수의 중국관련 유튜브 내용은 정확한 팩트나 객관적인 자료 에 근거 하지 않고 정치성향에 꿰맞추는 ‘맞춤형 동영상’이 재생되어 파급되고 있다는 것이 국내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같은 생각으로 모여진 그룹들끼리는 현재 접하고 있는 콘텐트가 진실인 것 같은 착시현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메아리방(echo chamber)'효과가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중국은 우리의 생각을 넘어 엄청난 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 오늘의 중국은 더 이상 베테랑 시장 경제 강국, 미국의 뒤를 따르지 않는다. 중국은 자체 방식으로 자신과 세계의 경제발전을 이끌고 있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에게 중국의 발전가능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전기자동차 테슬라와 스마트폰 애플만을 롤 모델로 바라보면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하자고.
사스 위기가 알리바바그룹을 중심으로 ‘인터넷 대국’을, 2008년 금융위기에는 대규모 SOC투자로 ‘고속철도 강국’으로 변신시켰던 경험을 토대로 다시 굴기하자고 강조한다. 금번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는 ‘디지털 뉴딜’을 통해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자강’과 ‘자립’을 통해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중국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것이다. 단기전이 아닌 지구전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대비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내수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할 만큼 자본주의가 무르익었다. 중국의 전진 목표는 하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이기고 미국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정부, 대학, 기업이 손잡은 ‘삼각편대의 진군’은 혁신을 거듭 창출하고 있는 중이다. 과거 ‘중국은 공사 중’이라는 닉네임은 이제 전 산업의 ‘D.N.A(Data·Network·AI) 생태계 조성 중’으로 바뀌었다. 신(新)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혁신에 천문학적인 ‘돈 폭탄’을 쏟아 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24일 베이징에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앞두고 ‘시진핑 국사단(國師團·최고 지도자에 조언하는 학자군)’을 초청하여 미·중 대결에 초점을 맞춘 주제에 대한 토론을 직접 진행했다. 그야말로 ‘시진핑 주석의 경제 과외 교사 9인과의 “미국과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비책’을 토론한 자리였다. 제조중국에서 혁신중국으로, 내수중심의 자력경제 강조, ‘중국판 新 SOC’ 투자, 일대일로 따라 위안화의 국제화가 주요 골자였다.
어쩌면 중국은 미국을 맹추격중이고 한국과는 많은 격차를 벌렸다. 2020년 기준 포천 500대 기업에서 중국은 124개로 미국 121개를 초월했다. 하지만 국유기업과 전통제조업 구조가 여전하고 중국 기업의 평균이익은 미국의 절반에 그쳤다. 글로벌 시총 상위 100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명단(S&P Capital IQ)을 보면 미국 57개사, 중국 12개사, 유럽 11개사, 일본 10개사, 인도 3개사, 한국 1개사 등이었다. 중국의 5대 정보통신기술(ICT)의 시총은 2211조원으로 미국 5대 ICT 시총의 27.3% 정도 수준이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4.4배 수준이다. 중국의 AI인재 역량은 미국의 98%에 도달해 있지만 한국은 76% 수준이다. 아직은 미국에 견줄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한국과는 엄청난 격차를 벌렸다. 한국이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갖는 분야는 오직 반도체와 배터리분야 정도다.
JP모건과 영국계 은행인 HSBC은 중국의 올해 GDP증가율 예상치를 각각 2.5% 와 2.4%로 예측했다. 특히 세계은행(WB)은 “올해 성장이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고 진단했다. 3일 전경련자료에 따르면 다른 지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두 자릿수 급감했지만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비중은 작년 동기간 대비 1.5%p 증가하였고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지난해 1~7월 24.3%에서 올해 1~7월 25.8%로 오히려 1.5%p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대한국 외국인투자액도 중국만이 작년 동기 대비 188.4% 증가하고, 투자비중도 8.2%p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종합적인 추세를 고려 할 때 한중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협력 프레임워크를 사드 사태 이전으로 정상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 흥행 소설<삼체(三体)>의 작가 류츠신은 “무식(無識)한 것은 무섭지 않고 거만(倨慢)한 것이 가장 무섭다”라고 하였다. 정확하게 실체를 모르면 교만해지기 쉽다. 친근감을 갖고 대하려는 ‘親中’, 중국을 경계하려는 ‘警中’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을 바로 아는 ‘知中’이다.
중국의 변신과 혁신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변화의 추세를 알아야 협력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법이다. 중국을 정확히 바라보려는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http://www.cmnews.kr/webzineColumn/374143
글/한중지역경제협회 회장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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